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핸드폰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눈을 떴다.
고개를 들어 창밖을 바라보니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.
갈까 말까.
또다시 마음의 생각이 커지기 시작했다.
우선 자느라 확인하지 못했던 남자 친구 카톡에 답문을 보내고 난 후 알람이 울릴 때까지 누워있기로 했다.
띠리리리리리링.
5시 20분.
간신히 몸을 일으켜 주섬주섬 어제 정리해둔 옷을 입고 수영가방을 든 채 집을 나섰다.
여전히 비가 내렸다.
비 오는 것을 너무 싫어하는 나로서는, 어깨를 간신히 적시는 작은 비일지라도 헤치며 걸어 나갈 자신이 없었다.
때 마침 버스가 도착했다.
버스에 올라타자 꽤나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시선을 보냈다.
너는 무엇 때문에, 이 시간에 버스를 타는 것이니 라고 묻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.
오늘은 강사님의 비 입수 수업이었다.
첫 시간에 배웠던 발차기부터 헬퍼 착용한 상태에서 킥판을 잡고 발차기를 하는 것까지 연습을 한 뒤
헬퍼착용한 상태에서 킥판을 잡고 수영장을 한 바퀴씩 돌았다.
처음 한 두 바퀴는 그럭저럭 괜찮았는데, 사람들이 하나둘씩 힘들다며 뒤로 빠지다 보니
남들 한 번 수영할 때 나는 두세 번 정도 수영을 하게 되었다.
"헉헉"
조금만 쉬려고 하면, 강사님이 "회원님, 발차기 한 번 해봐요." 라며 수영을 하라고 했다.
몇 바퀴 연달아 수영을 하니 엉덩이와 허벅지로 발차기할 힘이 생기지 않아 무릎을 접어 첨벙첨벙 식으로 헤엄을 쳤다.
그러자 바로 강사님이 발차기에 신경 쓰며 다시 해보라고 했다.
무릎을 접어 발차기하면 몇 번 더 할 것 같아 진짜 있는 힘껏 엉덩이와 허벅지 힘으로 발차기를 하며 앞으로 나아갔다.
분명 물 속인데도 엉덩이와 허벅지는 불타오르는 듯한 뜨거운 기분이었다.
수영을 마치고 집까지 걸어가는데, 자꾸 다리가 맥없이 풀렸다.
내 다리가 내 다리 같지 않은 느낌은 그저 기분 탓이겠지 했는데
금요일 하루 종일 그 느낌이 드니 정말 내 다리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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